2018년 7월 1일 일요일

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 , 2018


* 장점
장르에 충실하다.
- 코미디 장르다. 데굴데굴 구르는 초대박까진 안가도 중박 웃음을 내내 터뜨려 준다.
특히 배우 개인에만 기대지 않고 연출된 상황이나 설정이 유머를 크게 도와준다.
연출이나 대본이 괜찮은데, 그 중에서 여주인공의 '착시'를 늘씬한 여성을 동원해 보여주는 대신, 배우의 연기로만 표현한 점을 칭찬해 주고 싶다. 덕분에 이게 있을 법한 상황이라는 착각을 준다.

인간의 힘이 느껴진다.
- 주연인 에이미 슈머는 '잭 블랙의 젊은 시절을 TS시킨다면!?'의 답으로 보일 정도다. 그녀가 없다면 이 영화가 어떨지 상상이 안될 지경. 조연들도 고루 훌륭하다. 미셸 윌리엄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그녀의 외모나 목소리가 이 모습일 거라고 믿을 거 같다. 주인공 남친으로 나온 배우 역시 아주 매력적으로 현대의 평범한 공돌이과 도시남성을 연기해낸다. 평범한데 매력있는 거 어려운데 이 남주는 그걸 해낸다는 점에서 박수 쳐주고 싶다.    

나쁜 맛이 없다.
- 젠더 이슈에 관해 말하고 있는 영화같지만..(실제론 별로 그렇지 않은데...) 불편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. 정말 선을 잘 탔다. <미녀는 괴로워>를 보며 진짜 줄타기 잘한다고 느꼈는데 이 영화는 그 이상이다. 일단 사회적 합의에 다다른 명제들에 도전하지도, 반대하지도 않는다. 다소 부딪칠 수 있는 소재(?)들을 잘 엮은 덕에 '아름다운 외모의 힘'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'용기야 말로 인생을 바꾸는 진정한 힘' 같은 진부한 주제도 설득력있게 다가온다. 캐릭터적으로도 너디한 주인공 주변인물들에 대한 비하가 없는데, 화려하고 부자인 다른 쪽 인물들도 깎아내리지 않는다. 악녀(Bitch)캐릭터가 없는 점도 신선하다. 난 당연히 미셸 윌리엄스일 줄 알았는데....

상황설정이 자연스럽다.
- 웃음을 반감시키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작위적인 설정인데 이 영화는 이 부분의 선도 기가 막히게 잘 탄다.
적당한 타이밍에 끊고, 적당한 타이밍에 지르는데 오버하지 않는다. 그 덕에 주인공의 착시가 끝까지 주변인들에 의해 까발려지지 않는다.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지극히 꺼리고 비매너라 여기는 미국내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듯.
선을 잘 탄 덕에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여주인공의 '착시'설정 이후 에피소드가 꽤 그럴 듯 해 보인다.
 

* 단점
큰 줄거리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다. 딱 봐도 <내겐 너무 이쁜 그녀>의 여자버전.
옛날 페미니즘에 머문 일부 관객층의 기대를 배신한다. (이건 단점이 아닌데...) 남녀는 똑같고 단지 다르게 길러진다 따위...
주인공이 사실은 원래 매력덩어리인데 자신감만 좀 없었을 뿐이다. 냉소적인 관객에겐 지적당할 듯. 용기를 주는 척 하지만 사실 어마무지하게 못생기거나 뚱뚱하지 않잖아! 원래 재밌는 캐릭터기도 하고! 따위의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.

 
 * 영화 활용법
코메디 영화 좋아하면 필관!
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보면 상당한 효능을 발휘할 듯.
데이트 무비로 매우매우 괜찮다. 보고나면 상대가 사랑스러워짐.
격렬하게 외모컴플렉스 극복해내는 페미니즘적 영화를 기대한다면 보면 안됨. 그런 영화 아님.
영화시간+1, 2시간 정도 즐거움. 일상으로 복귀하기전 기분좋게 관람가능. 반대로 말하자면 긴 감동과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는 아니란 소리. 킬링타임+좋은 뒷맛 정도로 요약가능할 듯.
팝콘이랑 잘 어울림. 술은 상큼한 칵테일계열이나 스위트 와인 쪽이 괜찮을 걸로 생각됨.


* 사족
최근에 본 영화예고편 중에 젤 맘에 들었음.
우리 말 자막이 들어갔는데 극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면서 내내 흥겨워 좋았음.